Tyler, The Creator의 <Flower Boy> 앨범은 흥미진진한 실험이 가득하다. 동시에 낯선 요소들을 푸근하고 나른한, 기분좋은 사운드로 감싸안는다. 굉장히 힙하고 엣지에 놓인 음악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빌보드차트 2위로 데뷔할 만큼 나름대로 대중적인 성공까지 거머쥔 앨범이다.
랩이나 힙합을 많이 접하지 않은 탓에 조심스럽긴 하나, 이 앨범은 랩 자체보다는 리듬이나 화성이 신선하다. "911/Mr. Lonely"나 "Enjoy Right Now, Today"같은 곡의 절뚝거리는 리듬이 대표적이다. 화성은 거의 모든 곡에서 주요 포인트 중 하나인데, 평범한 코드진행의 곡이 거의 없고 기타나 신스 코드에 재즈의 느낌이 나는 많은 텐션이 들어가 있다. 가장 대중적인 곡이라고 할 만한 "See You Again"만 하더라도 그런 복잡성 위에 단순한 멜로디가 올라가 있다. 이런 절묘한 절충이 앨범을 관통하는 하나의 테마이고 묘미다. 때로 강렬하기도 하고 어지럽기도 하지만 앨범을 전체적으로 들었을 때는 어떤 따뜻한 인상을 갖게 되는 것이다.
Tyler, The Creator - 911/Mr.Lonely (Ft. Frank Ocean and Steve Lacy)
"911/Mr.Lonely"은 이런 앨범의 분위기를 한 곡에 함축한, 이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인 곡이다. 이 곡은 예의 절뚝거리는 비트 위에 'Call me~~~'하는 가사가 반복되는 후렴구를 중심으로 해서 여러 파트가 번갈아 나온다. 익숙하고 일상적인 멜로디와 그보다는 긴장감을 주는 랩 파트의 교차가 좋다. 'Call me sometimes~'로 시작하는 파트의 코드진행도 너무 좋다. 전화기 신호음 이후에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사실상 새로운) 곡으로 넘어가는데 이런 여운을 남기는 변화도 괜찮다.
Tyler, The Creator - Who Dat Boy (Ft. A$AP Rocky, M/V)
이 노래와 함께 앨범의 리드 싱글로 발매된 "Who Dat Boy"나 "I Ain't Got Time!" 같은 곡은 랩을 좋아하는 리스너들에게 널리 통할만한 곡이다. 반면 "See You Again"이나 "Boredom"처럼 마음이 편안해지는 곡들도 있다. 그 사이 어딘가에 놓인 듯한 "Foreword", "Porthole", "November", "Enjoy Right Now, Today" 같은 곡들은 개인적으로 재미있다고 느껴지는 곡들이다.
Tyler, The Creator - Enjoy Right Now, 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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