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환 - 그리고 봄


정승환의 앨범에 권순관이 참여한다고 하여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권순관 뿐 아니라 안테나뮤직 내외의 실력자들이 대거 출동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권순관의 <A Door>처럼 새 지평을 여는 것은 아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듣기엔 충분한 것이었다. 당장 발라드에 거부감이 있는 나부터도 온종일 틀어놓고 있었으니.

사계절을 돌아 다시 봄이 돌아오는 타이틀처럼 이 앨범은 사랑의 오고감을 둘러싼 여러 순간들과 감정들을 노래한다. 발라드의 언어와 문법을 충실히 따르고 있고, 위험한 도전보다는 안전한 범위 내에서 사운드의 완성도를 추구한 듯하다. 많은 대중들을 의식한 결과라고 볼 수도 있고 목소리 깡패인 정승환이기에 굳이 실험이 필요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가사를 곱씹어보면, 사랑이 주는 다른 일상에 설레고 그리워하고 괴로워하다 때로는 찌질해지기도 하는 평범한 모습들을 노래하고 있다. 이런 테마에 이 정도의 사운드라면 (좋은 의미로) 딱 적당하다 싶다.

많이 주목받고 있는 곡들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앨범 후반부로 갈수록 더 좋다. 권순관이 참여한, '어색하면 내 손을 건네줄 테니("사뿐")' 하는 풋풋함과 '멈춰버린 기차처럼 녹슨 레일을 바라보다가("제자리")'라고 하는 아픔이 대비되는 두 곡은 편안하다. 박새별이 만든 미드템포 "타임라인"은 매우 생활밀착형이면서 참신함과 오글거림 사이를 줄타기하는 가사가 인상적이고, 후반부의 뜬금없는 funky한 변화가 좋다. 루시드폴의 곡을 이진아의 피아노 반주를 중심으로 리메이크한 "바람 같은 노래들"은 편안한 목소리와 안정적으로 열일하는 반주가 조화롭다. 마지막 곡 "이 노래가"는 사실상 신스틸러 디어클라우드의 곡이 되어 버렸으니, 끓어오르는 용린의 기타가 분위기를 주도한다.

작곡 가사 보컬 반주 프로덕션 모두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보편적인 감성을 이야기하는 이 앨범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정승환 - 사뿐 (Live)
(음원과 라이브의 구분이 무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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