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추천해 준 목록에서 우연히 들었던 적이 있는데 다시 어렵사리 찾아서 들었다. 매우 흥미롭고, 다른 일렉트로닉 음악과 차별화되는 무언가가 있었다 (알못이라 그게 뭔지 집어내긴 어려웠지만).
Yaeji - Drink I'm Sippin On
나지막히 조곤거리는 나레이션에 가까운 멜로디와 상당히 미니멀하고 드라이한 배경음 속에 원초적인 맛이 있다. 클럽이라곤 해외에 있을 때 몇 번 '들러본' 정도 뿐이지만, 이런 종류의 음악을 들으면 떠오르는 한밤중의 분위기가 있다. 전혀 모르는 공간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섞여 어색하게 아무렇게나 움직이는 그 기분은 굉장히 차갑고 낯설다. 다시 겪어 보고 싶은 느낌이냐고 물으면, 왠지 그런 것 같다.
한국어 가사가 주는 몽환적이고 중독되는 느낌이 있는데 이건 뮤직비디오의 중국적인 배경과 상당히 거리가 있다. 왜 굳이 차이나타운같은 공간을 잡아야 했는지 잘 모르겠다. 노래를 들었을 때 내 머리에 떠오르는 공간만큼 힙해 보이지 않는다.
Yaeji - New York 93
이 노래는 반복되어 깔리는 코드진행(이라고 부르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빠른 비트의 리믹스도 괜찮다. 뭔가 기억이 안 나는 건 가사의 컨셉 중 하나인가보다. 아무래도 좋은 게, 다 잊어버리고 굉장히 현재에 충실하고 싶게 만드는 음악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노래는 한국어를 모르는 채 가사의 소리만으로 들었으면 어땠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이런 노래를 들으면서 걸음마 시절과 엄마아빠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는 건 아무래도 좀 괴리감이 든다.
Yaeji - Live at Boiler Room New York DJ Set
아이즈에 따르면 예지는 꽤나 핫한 뮤지션인 것 같다. 피치포크가 주목했다고 하는 걸 보니 맞긴 맞나보다. 이 영상의 조회수와 분위기를 봐도 뭔가 느껴지긴 한다. 저기 가 보고 싶다. 그리고 다른 것보다, 클럽에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저 수수한 패션이랑 머리스타일이 너무 좋다. 음악이 좋으면 뭘 해도 되나보다.
새벽에 깨어나 클럽음악을 한참 들었더니 왠지 떡볶이나 똠양꿍 같은 매운 음식이 먹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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