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lourious Bastards

왜 영화는 뭔가 의미가 있어야 하는 걸로 생각했을까? 영화가 별도의 메시지 없이 기술적 요소들만으로 이렇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세계대전과 나치라는 설정을 포함해, 순전히 영화적인 장치만으로 만든 최고의 작품인 것 같다. 언어유희와 대화의 기술이 난무하는 영화인데 액션도 쩔고 서스펜스도 최고다. 매 장면마다 새로운 긴장감이 조성되는데 그게 주로 인물들 간의 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윽고 벌어지는 사건은 쌓아올린 긴장감을 압축된 장면 속에 한껏 분출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만든다. 그리고 연결되는 또다른 국면이 진행되면서 긴장감이 다시 올라간다. 등장인물들이 제각기 이해관계를 가지고 움직이는데 그게 하나의 큰 사건으로 연결되는 흐름도 저절로 몰입하게 된다.

크리스토프 왈츠 등 배우들의 연기야 말할 필요가 없지만, 특히 순간순간의 배우들의 표정들 때문에 기억에 남는 스냅샷들이 있다.


Bar 씬에서, 들킨줄 전혀 모르는 히콕스와 "ㅈ됐다"는 표정 짓는 브리짓


란다가 유창한 이탈리아어를 구성하자 벙찐 네 명
(제일 이탈리아어 잘한다던 알도의 발음이 제일 형편없었던것도,
그리고 자기 이름을 자기나라 말로 말해주니까 브라보라고 칭찬해주는 란다)

란다가 거래를 제안하자 "얘 뭐지" 하는 귀여운 표정을 짓는 유티비치

명장면들이 많은데 하필 이런 순간들이 기억나는 게 우습긴 하다. 어쨌든 이 영화는 내가 처음 제대로 챙겨본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영화인데, 앞으로 이 분의 필모그래피를 탐닉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영화를 제대로 보기 전에도 이 패러디는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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