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 델리스파이스, The Smith


어릴 때 친구가 추천해 준 R.E.M.의 노래 <Bad Day>는 또 다른 얼터너티브록을 접하게 한 계기였다. 그 곡은 2003년 발매된 베스트앨범 <In Time>에 실린 신곡 중 하나였는데, R.E.M.의 사운드를 대변할 만한 곡이라고 하긴 뭐해도 데뷔 20년이 넘은 밴드의 건재함을 보여주기엔 충분한 곡이었다. 

그렇게 접한 베스트앨범의 R.E.M.은 다른 얼터너티브 밴드들에 비해 따뜻하고 컨트리스러운 소리를 들려준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매니아틱하게 퍼졌기 때문에 College Rock이라고도 하는 모양이다.  전에는 <Imitation of Life>, <Losing My Religion>, <Everybody Hurts> 같은 곡들을 주로 들었는데, 지금 같으면 다른 선곡을 하고 싶다.

R.E.M. - Man On The Moon

이 노래의 특이함은 C키에서 'F#"음을 쓰는 데 있다. 그러니까 리디안 모드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다가 Am와 G코드가 나오면서 정상적인(?) C장조의 멜로디로 돌아오는 듯하더니 어느새 코러스에서는 훌쩍 G키로 넘어가 버린다. 이 재기발랄한 곡이 노래하고 있다는 코미디언 Andy Kaufman(출처 Wiki)을 비록 잘 알진 못하지만 그가 살아 있었다면 꽤나 좋아하지 않았을까.

R.E.M. - The Great Beyond

Verse에서 긴장감있는 소리들과 코러스에 들어가서야 해소되는 멜로디가 인상적인 이 노래는 뮤비에 아예 짐 캐리가 앤디 카우프만을 흉내내는 클립을 담고 있다.

R.E.M. - Daysleeper

듣기에 평범할 수 있지만, 그리고 베스트앨범이라 개중 더욱 대중적인 멜로디의 노래들이 실려 있겠지만, 이들의 음악은 결코 단순하지만은 않다. <Daysleeper>의 C조에 들어가는 B플랫 음이라던지 <At My Most Beautiful> 코러스의 아름다운 화음 등. 근 20년이나 이들의 자리를 지키게 해준 건 역시 이런 범상치 않은 음악적 요소들이 아닐까 싶다.

이들을 듣다 보면 델리스파이스가 떠오르는 걸 참을 수 없다. 

델리스파이스 - 항상 엔진을 켜 둘게

이런 마이너풍의 곡은 <Losing My Religion>이나 <Imitation of Life>같은 곡이 바로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개러지에서 바로 녹음한 듯한 얼터너티브 또는 모던록 특유의 사운드(공간감이 최소화된 스네어드럼이나 일렉기타에서 주로 느껴진다)도 그렇다. 그런 사운드에 한국적인 씁쓸한 멜로디와 가사가 얹힌 이 곡도 예전에 참 좋아했다.

The Smiths - There Is A Light That Never Goes Out

<항상 엔진을 켜 둘게>에서 스미스를 듣는다고 하니 또 이 곡이 생각났다. <500일의 썸머> 등 영화데서도 레퍼런스로 나오고 하는 걸 보면 확실히 The Smiths가 그 때의 아이콘 같은 팀이긴 했나보다. 재미있게도 R.E.M.의 기타리스트 Peter Buck의 스타일이 종종 The Smiths의 Johnny Marr와 비교되곤 한 모양이다. Buck이 Marr을 좋아하긴 하지만, 자기들이 데뷔앨범도 먼저 냈는데 Marr한테 영향받았냐고 묻는 팬들이 짜증났다고(출처 Wiki).

R.E.M.이 탄생한 Athens는 조지아주의 따뜻하고 조용한 남쪽 도시..라기보단 마을이다. 이들의 음악은 그런 따뜻한 감성을 가지고 있지만 (물론 시원시원한 곡도 많고 특히 라이브는 더 신난다) 그만큼 쌉쌀한 노래들을 다시 듣기가 왠지 쉽지만은 않다. 언젠가는 이런 곡들을 순수한 즐거움으로 다시 들을 날이 오겠지. 그 날을 위해서 엔진을 켜 둬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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