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ra Masa - Mura Masa


최근 즐겨 듣는 음악의 키워드는 역시 '리듬' 이 아닐까 한다. 감정 소모가 심한, 메시지나 멜로디 화성 위주의 곡은 잘 손이 가지 않는다.  의도했든 아니든 트렌디해진 셈이다 (...). 어쨌든 그런 의미에서 멜론의 연말 결산 일렉트로닉 앨범들을 쭉 들었다. Bonobo같은 감성적인 음악에서 Odesza처럼 큰 스케일의 음악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다는 건 알게 됐지만, 리듬이 인상깊었던 앨범은 별로 없었다. 단, 무라마사의 셀프 타이틀 앨범만은 차별점이 있었다. 이 앨범이 좋은 게 비단 리듬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무라마사 음악의 리듬은 단순하지 않아서 좋다. <Love$ick> 이나 <All Around The World>, <What If I Go?>, <Nothing Else!>같은 싱글곡들을 들으면 한 패턴의 리듬을 반복해서 찍어내는 식의 드러밍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각각의 리듬도 싱코페이션같은 복잡성과 재미를 더하는 그루브를 가지고 있다. 특히나 <What If I Go?>의 인트로 드러밍은 드럼으로 시작하는 훌륭한 곡들의 반열에 올려도 될 만큼의 울림을 준다고 생각한다.


Musa Masa (Feat. A$AP Rocky) - Love$ick (M/V)

사운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은데, 드럼 소리가 굉장히 인상적이다. <What If I Go?>나 <Love$ick>, <Firefly>, <Nothing Else!> 등등, 드럼이 각각 조금씩 다른 소리를 내고 있긴 하지만 공통적으로 특히 베이스드럼과 스네어가 두텁고 찰진 소리를 낸다. 이는 이를테면 Bicep 같은 아티스트의 음악에 비해 드럼이 'in your face' 하는듯한 인상을 준다 (믹싱 과정에서도 드럼이 더 강조된 것 같다). 리듬도 리듬이지만 바로 이런 사운드가 노래에 특이한 질감과 타이트한 느낌을 더해주는 것 같다.


Mura Masa - Messy Love

물론 그렇다고 공간감을 포기한 것도 아니다. 리듬세션을 제외한 나머지 악기들과 보컬이 적당한 거리에서 소리의 공간을 만들어주고 있다. 특기할만한 건 배경을 쭉 채워주는 소리를 많이 넣지 않고도, 그리고 리버브를 세게 먹이지 않고도 세련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한 공간감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멜로디 악기들도 각자 리듬에 뭔가를 더해주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아기자기하고 흥미로운 소리들이 만들어진다.

Mura Masa - What If I Go?

그리고 역시 멜로디. <Messy Love>, <Love$ick>, <What If I Go?>, <1Night> 등에서 마림바(인듯?) 같은 악기로 내는 멜로디가 진짜 캐치하다. 보컬 멜로디도 그렇지만 악기들의 멜로디가 진짜 인상적이다. <What if I Go?>의 그 멜로디는.. 유투브레드 광고로 지겹도록 들었던 게 이거였을 줄이야. <Love$ick>의 신디 멜로디도 정말 좋은 게, 각 마디에서 멜로디가 보통 예상하는 박자보다 약 반박자씩 밀려서 나오는 바람에 노래가 굉장히 복잡해지고 리듬감있다. <Messy Love>에서 피치를 약간씩 움직이면서 내는 소리도 좀 creepy하긴 하지만 좋다.


Mura Masa (Feat. Charil XCX) - 1 Night (M/V) 

무게감있는 리듬과 드럼 사운드에 신선하고 듣기 편하면서 리듬에도 참여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신디 멜로디들이 이 앨범을 관통하는 테마인 듯하다. 단순한 이런저런 소리의 믹스가 아니라, 각 악기들이 노래의 어떤 부분에서 어떤 역할을 해 주면 좋은지 정확히 이해하고 계산해서 만든 것 같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올해 그래미에 노미네이트된, 그리고 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여겨지는 훌륭한 pop-electronic-funk 음악이다.


Mura Masa - What If I Go? (Live BBC Lounge)
(기타도 잘 친다. 보컬이 바닥에 앉아서 노래하는 게 왠지 멋있다.)

무라마사를 보면 digital age에 음악적으로 성공하는 어떤 길을 보는 듯한데, 어렸을 때 각종 악기를 연주하면서 펑크와 가스펠 밴드를 하다가 어떤 장비를 접하고선 일렉트로닉에 빠진다. 유투브를 통해 The Smiths 부터 Gorillaz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음악에서 영향을 받고, 사클에 올린 믹스가 방송사에 의해 발견돼서 마침내 본격 음악적인 커리어를 시작한다 (출처). 

내한공연도 하는 등 (무려 예지랑 같이ㅠㅠ) 우리나라에서도 핫한 듯하다. 아직도 21살밖에 안 되었다는 이 어린 음악가가 계속해서 어떤 걸 내놓을지 크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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