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그가 뜬금포로 내놓은 <Can't Stop The Feeling>은 팝기계 Max Martin 사단과 함께한 곡이라 그런지 (화성적 복잡함과 별개로) 굉장히 캐치하고 radio-friendly한 댄스팝 곡이었다. 그러니 그가 다시 갑자기 이런 곡으로 나타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강렬한 비트와 비장한 일렉기타로 시작하는 곡은 급격히 끈적하고 미래지향적인 사운드로 바뀐다. 그루비한 베이스 리프가 인상적이고, 'Got me singin' "Ooh hooh"'하는 부분에선 갑자기 반주가 싹 빠지며 시플렛 음이 나오는 신선함이 있다. 예의 강렬한 비트가 한번 더 나온 후에는 음악이 한층 더 'filthy'해지는데, 약간의 숨소리와 함께 'Baby don't you mind if I do' 하는 후렴구가 마이너 음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뮤비를 보면 이런 filthy함이 한층 더하다. 구성 자체부터 특이한데, 스티브 잡스라도 코스프레하는 듯한 저스틴이 로봇을 소개하고 그 로봇이 노래를 이끌어가는 구성이다. 중반부 이후부턴 심장은 뛰고 넋은 놓은 채 바라보게 되는 아찔함이 있다. 그야말로 'FutureSex/LoveSound'를 음악과 영상으로 구현하는 부분이라고 하겠다. 마지막에 저스틴이 사라지는 모습은 후속으로 공개될 노래들과 뮤비들을 기대하게 한다.
사실 이 노래를 처음 다 들은 후 리액션은 '이게 뭐지'하는 당혹스러움이었다. Jamiroquai의 <Automaton>이 얼핏 떠오르기도 하고, 신선하고 미래적이긴 한데 이게 과연 좋은 건가? 싶은 느낌이 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저스틴의 음악은 항상 그랬다. 물론 캐치한 노래들도 많지만 <Senorita>나 <Sexyback> 등, 한 번에 와닿지 않는 곡들이 있다. 어쨌든 <Filthy>는 그 자체로 원초적인 filthy한 감정을 로봇공학적인 사운드로 끌어내는 힘이 있고, 적어도 앨범의 다른 곡들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만은 분명하다. 앨범 자켓과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곡이기에 더 그러하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