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ternet - Ego Death


싱코페이션과 그루브로 절뚝거리는 투박한 리듬은 방황을 상징한다. 저음역의 베이스는 갈팡질팡하는 내면을 가리려는 냉소다. 기타와 키보드는 때로는 불안함을, 때로는 섬세한 슬픔을 노래한다. 나른하고 소프트한, 가수 Brandy 느낌의 R&B 보컬은 권태와 무료함을 나타낸다.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긴 하지만, 자아가 죽어버린 (Ego Death) 불안정한 상태로 온라인을 떠도는 (The Internet) 인간의 모습을 사운드로 대변하는 듯하기도 하다.


The Internet - Gabby

앨범의 사운드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이 감상은 주로 2번 트랙인 "Gabby"에서 나왔다. 짐짓 센 척하는 베이스와 드럼으로 시작하는 이 곡은 텐션이 섞인 기타 코드가 들어오면서 불안정한 상태를 지속한다. 한없이 늘어지는 목소리의 보컬에서는 여유보다는 도피하고픈 심정이 더 느껴진다. 2분 20초가 지난 시점에서 노래는 돌연 변화를 겪는데, 여기서도 역시 약한 내면을 쿨하고 시니컬한 겉모습으로 가리는 현대인의 가련한 모습이 엿보이는 것이다 (...). 날카로운 드럼과 차가운 베이스 위에 예상치 못하게 몽환적인 기타 코드가 얹어지는 지점이 그렇다. 그러다 마침내 혼란을 이겨내지 못하고 노래는 갑작스럽게 멈추어 버린다.

앨범은 네오소울이라는 이름으로 퉁쳐지는 여러 형태의 그루비한 음악을 들려준다. 전체적으로 차분한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강렬하고 공간감있는 베이스나 ("Get Away") The Roots 느낌의 드라이한 베이스라인으로("Go With It") funky한 느낌을 끌어올리기도 하고, "Just Sayin/I Tried"나 "For The World"처럼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일렉트릭 피아노와 함께 몽환적인 느낌을 잔뜩 주기도 하고 말이다 ("Partners In Crime Part Three", "Palace / Curse").

 The Internet - Girl (ft. KAYTRANADA)

갑작스러운 분위기의 전환이 여러 곡에서 일어난다. "Girl"의 경우, 사랑을 갈구하는 듯한 애절한 느낌이 죽 이어진다. 그러다 어느 순간 화자의 무의식 속으로 들어간 듯한 미니멀한 신디와 퍼커션이 등장하다가, 어느새 조금은 발랄한 분위기로 마무리된다. 마지막 파트에서는 화자가 바뀐 것으로 보이는데, 곡 내내 둘 사이의 관계에 대한 진지한 얘기를 하다가 마지막에선 갑자기 "Can we just live in the moment?"이라며 그냥 지금 이대로 즐기자는 듯한 뉘앙스를 주기 때문이다.


 
The Internet - Partners In Crime Part Three

어찌됐든 개인적인 느낌에 이 앨범은 가사로는 로맨스의 희로애락을, 사운드로는 현대인의 부정적인 단면들을 노래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명료하면서도 그루브있는 베이스라인을 중심으로 하는 리듬, 몽환적인 코드진행, 세련된 톤과 사운드이펙트 덕분에 제법 흥미로운 앨범이다. 나의 불안한 내면을 공감받으면서도 몸은 들썩이게 되는 기분이랄까. 간만의 좋은 발견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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