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했다 좋은 앨범! 어딘지 익숙한 제목이다 했더니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패러디였다. 제목처럼, 그리고 느낌있는 자켓 이미지가 시사하듯, 이 앨범은 시종일관 '콜라보 씨'라는 가상 인물의 일상을 노래한다. 너무나 일상을 파고드는 가사 덕분에 나른하고 눅눅하다 못해 하찮기까지 하다 (노래가 아니라 듣는 기분이 그렇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곡의 따뜻한 분위기가 은근히 대비되어, 아주 작은 일이라도 또박또박 해내면 뭐라도 될 것만 같은 긍정의 에너지가 차오른다.
별일 아닌 일상을 일기쓰듯 읊기도 하고(ex "콜라보 씨의 외출") 순간의 생각을 의식의 흐름대로 써나가기도 하는(ex "계약서") 가사가 매우 인상적이다. 매우 디테일한 묘사와 범상치 않은 비유, 그리고 그 안에서 포착하는 메시지들까지 어우러져서 마치 김영하의 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이다. 곡의 힘 또한 무시할 수 없는데, 일견 편안한 음악에는 재즈, 포크, 클래식, 인디팝을 다 버무려낸 새로움이 담겨 있다.
메이저와 마이너를 오가는 "댄디", 피아노 interlude가 좋은 "지하보도", 누구나 악마가 될 수 있다는 내 지론을 설파하는 듯한 "파시스트 테스트", 음악을 의인화한 가사가 너무나 느낌 좋은 "깨어있는 음악" 등이 기억에 남는다.
불과 몇달 전의 나였다면 그다지 귀기울이지 않았을 것 같은 음악이다. 악기를 놓아서 오히려 듣는 폭이 넓어진 것 같아 약간 씁쓸하긴 하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다.
김목인 - 댄디 (EBS Space 공감 Live)
김목인 - 깨어있는 음악
김목인 - 댄디 (가사)
그는 긴 한숨처럼 집을 나서며
‘이건 어느 소설에서 본 것 같군’
우산이라도 하나 짚어야 하나
아련한 빛의 미소를 지으며
하얀 소매의 외투를 입고
알이 하나 박힌 안경을 쓴 채
조금 이상하고도 화려한 모습으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며
오, 나의
가련하고도 찬란한 이 세상이여
너의 날개를 본 적 있는지
우리 비록 이렇게 낮은 곳을 걸어가도
아주 많은 것들 볼 수 있으니
그는 빈 건물들을 빠져 나오며
어느 이웃의 현관을 지나쳤지
음악이 커서 잠을 못 자겠다며
경고가 섞인 부탁을 했던
하얀 소매의 외투를 입고
알이 하나 박힌 안경을 쓴 채
조금 이상하고도 화려한 모습으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며
오, 나의
가련하고도 찬란한 이 세상이여
너의 날개를 본 적 있는지
우리 비록 이렇게 낮은 곳을 걸어가도
아주 많은 것들 볼 수 있으니
그는 긴 한숨처럼 집을 나서며
‘이건 어느 소설에서 본 것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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