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tramp - Bloody Well Right / Rudy


꿈에서 집엘 갔는데 이사를 했는지 집 구조가 이상했다. 정사각형 모양의 거실 네 귀퉁이에 방이 달려 있었다. 별일이다 싶을 때쯤 불현듯 동생이 밴드의 자작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물론 꿈에서). 꿈결에 들리는 피아노 연주가 그렇게 아름다웠다. 내가 아는 이 곡이 이렇게 아름답게 들린다는 건 분명 내가 꿈을 꾸는 거라고 생각할 때쯤, 문득 그 연주 때문에 Supertramp의 "Bloody Well Right"라는 곡이 실로 오랜만에 생각났다.


Supertramp - Bloody Well Right

이 곡은 굉장히 특이하고 아름답다. 도입부의 긴 피아노 독주가 매우 블루지하고 당대의 특색이라 할 프로그레시브한 락 사운드로 인해 뒤집어진다. 그런데 갑자기 다시 모든 악기가 빠지고 높은 톤의 피아노 연주만 남는다 (그런 의미에서 "Lisztomania"가 생각나기도). 이 때 G키에서 Bb키로 조옮김도 일어나면서 여러 의미로 곡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는데 그 반전이 이 곡의 키라 할 만하다. 이렇다할 특색 없던 아트락 송이 그 순간 뭔가 탁 트이는 느낌을 준다. 이 노래는 그 울림 하나로 깊이 간직되어 있다.

그리하여 오늘은 슈퍼트램프를 듣는 날이 되었다. 1969년 결성된 오래된 영국 밴드인 이들은 프로그레시브 락, 팝, 블루스 등 다양한 음악이 혼합된 사운드를 들려준다. 거기에 곡의 짜임새에 반전이나 서사가 있는 곡들이 많고 분위기도 굉장히 몽환적이어서 특별하다. 그래서인지 자주는 아니지만 이따금씩 생각날 때면 듣고싶어 몸서리가 쳐지는 기분이다. 그리고 들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준다.


Supertramp - Rudy

최소한 베스트앨범의 거의 모든 곡들이 좋지만 이들의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곡은 역시 "Rudy"인 것 같다. 이 곡은 역시 피아노 인트로와 뒤이은 몽환적인 코드진행으로 매우 분위기있게 출발해서 차츰차츰 에너지를 높여간다. 그리고 "Bloody Well Right"같은 높은 톤의 피아노 연주가 등장하기도 하고 하프타임 템포의 리듬이 등장하기도 하면서 곡의 분위기가 계속 바뀌는, 서사시같은 대곡이다.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을 가진 구조라고 볼 수도 있겠다. 반복되는 파트라고는 발단과 절정 부분밖에 없는 유니크한 구조다. 그러면서도 곡 내내 다른 어떤 뮤지션에게서도 찾기 어려운 클래식한 느낌의 환상을 유지하는, 그래서 굉장히 몽글몽글한 기분이 들게 만드는 좋은 노래다. 적당히 서늘한 기온의 바람이 세차게 불어대는 흐린 날 (바로 오늘!) 듣기에 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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