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 때마다 다른 의미를 찾게 된다는 책 <데미안>을 처음 읽었다. 아마 10대에 이 책을 읽었다면 자아를 찾는 의지와 선악을 모두 인정하는 통찰에 더 큰 울림을 얻었을 것이다.
"모든 인간의 삶은 저마다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고, 그 길을 가려는 시도이며, 하나의 좁은 길에 대한 암시이다. 일찍이 그 누구도 완벽하게 자기 자신이 되지는 못했다. 그런데도 누구나 자기 자신이 되려고 노력한다."
"각성한 인간에게는 자기 자신을 찾고 자신의 내면을 확고하게 다지고 결국 어디에 이르든지 간에 자신만의 길을 계속 앞으로 더듬어 나가는 것, 그 한 가지 말고 다른 의무는 결코, 결코, 결코 없었다."
"누구나 이런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이것은 보통 사람들에게 자신만의 삶의 요구와 주변 세계가 가장 가혹하게 갈등을 빚는 지점, 앞을 향한 길을 가장 혹독하게 쟁취해야 하는 지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죽음과 새로운 탄생을 체험하는데, 이것은 우리의 운명이다. 평생 단 한 번 겪는 운명이다. 어린 시절이 바스러지면서 서서히 붕괴된다. 모든 정겨운 것들이 우리 곁을 떠나려 하고, 우리는 돌연히 우주의 고독과 치명적인 냉기에 에워싸인 것을 느낀다."
"다른 학생들이 하는 것처럼 내 안에 어둡게 숨어 있는 목표를 끄집어내어 내 앞 어딘가에 그리는 일만은 할 수 없었다. 다른 학생들은 자신이 교수나 판사, 의사나 예술가가 되려 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으며, 그것이 얼마나 오래 걸릴지 그리고 어떤 이점을 가져올지도 알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나도 아마 언젠가는 그런 인물이 되겠지만, 지금 내가 그것을 어찌 알겠는가. ... 어쩌면 목표에 이르렀지만, 그것은 사악하고 위험하고 끔찍한 목표일 수도 있었다.
나는 오직 내 마음속에서 절로 우러나오는 삶을 살려 했을 뿐이다. 그것이 왜 그리 어려웠을까?"
삶의 내용 없는 자아만큼 김빠지는 선언문이 어디 있을까 싶다. 온전한 내 모습이란 나의 생각 말 행동의 조합일텐데, 내면을 다지는 일은 물론 중요하겠지만 그것도 결국 내가 처한 상황과 많은 시간을 바치는 나의 일과 심지어 나의 유전자에 의해 제약받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싱클레어가 형성한 자아의 실체가 무엇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여러 경험과 체험을 통해 드러난 자신의 모순적인 모습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였다는 게 전부인 걸까?
"새는 알을 깨고 나오려 힘겹게 싸운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내 사랑의 꿈의 형상이 그랬고, 아브락사스도 그랬다. 사랑은 처음에 내가 겁에 질려 느꼈던 것과 같은 동물적인 어두운 충동이 더 이상 아니었다. 또한 사랑은 내가 베아트리체의 그림에 바쳤던 것과 같은 경건하게 승화된 숭배도 더 이상 아니었다. 사랑은 그 두 가지 모두였다. 두 가지 모두인 동시에 그보다 훨씬 이상의 것이었다. 사랑은 천사의 영상이며 악마였고, 남자인 동시에 여자였고, 인간인 동시에 동물이었고, 최고의 선인 동시에 극단적인 악이었다. "
<데미안>은 분명 내가 한 인간으로서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동기부여를 주는 책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 놓여 있는 불안함과 외로움, 혼돈의 감정을 추상적인 은유를 통해서, 그러나 매우 구체적으로 일러준다. 그러나 그게 전부가 아닌 건 분명하다. 나는 그때 그때 달라지는 존재고, '진정한 자아'라는 것 역시 나로서는 한순간도 파악하기 어려울 만큼 (구글이나 페북이 더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변화한다. 그렇지만 매 순간 내 모습을 매우 구체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은 그 자체로서, 그리고 막연한 행복과 더불어 아래 영상에서 이야기하는 삶의 4가지 의미(meanings)를 추구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점도 믿고 싶다.
There's more to life than being happy | Emily Esfahani Smith
"내 청소년기의 가장 중요한 몇 개월 동안 나는 그와의 우정, 그의 충고, 그의 위로, 그와의 친밀한 관계를 체험했다. ... 아아, 그런데 나는 이제 그를 향한 반감이 서서히 커져 가는 것을 느꼈다. 그의 말이 지나치게 설교조로 들렸으며, 그가 나의 일부만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랑을 간구해서는 안 돼요. 사랑을 요구해서도 안 돼요. 사랑은 자기 자신 안에서 확신에 이를 수 있는 힘을 갖추어야 해요. 그러면 사랑은 더 이상 상대에게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끌어당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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