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Hot Chili Peppers - By The Way


버스에서 우연히 듣고 좋아하게 된 두 개의 앨범이 있다. 하나는 초등학교 수학여행 때 들었던 지오디 2집이다. 유명했던 노래들보다는 "기차", "그대 날 떠난 후로", "애수" 같은 곡들이 그렇게 좋았다 ("그대..."는 Bill Withers - Ain't No Sunshine, "애수"는 Santana - Africa bamba을 샘플링?한 것은 한참 후에 알았다). 좋은 코드진행과 마이너 곡조라는 키워드는 그때도 내 음악 취향을 결정하는 요소였던 것 같다.


그리고 다른 하나가 Red Hot Chili Peppers - By The Way 앨범이다. 10여년 전 여름의 초입, 베를린으로 가는 관광버스에서 교환학생 애들이 틀었던 이 앨범은 향후 10년간의 내 음악 세계관을 형성한 레닷을 영접하는 계기가 되었다.



Red Hot Chili Peppers - By The Way (M/V)

사실 이 앨범은 레닷의 디스코그래피를 통틀어 가장 부드러운 앨범이다. 오프너이자 타이틀곡인 "By The Way"와 7번트랙 "Can't Stop" 두 곡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시끄러운(?) 노래조차 없다. 그러나 바로 그 두 곡이 레닷의 가장 대표곡이자 라이브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넘버들 반열에 끼게 되었으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개인적으로 By The Way의 베이스라인은 플리의 가장 창의적인 라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브릿지 파트에서 제대로 들을 수 있다.).

이후 앨범은 "Universally Speaking"을 시작으로 나른한 분위기의 곡조가 이어진다. 사실 비트 자체가 말랑하다기보다는, 전작들에 비해 funky한 느낌과 랩이 훨씬 줄어들고 분노가 멜랑꼴리로 대체된 분위기다. 전작 <Californication>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예고되긴 했지만 <By The Way>에서는 훨씬 극적으로 이러한 노선 변화가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Dosed"를 들으면 느낄 수 있다.

Red Hot Chili Peppers - Dosed
(최근 The Getaway 투어에서 최초로 라이브 셋리스트에 올랐다)

<By The Way>는 기타리스트 John Frusicante의 앨범이기도 하다. 존은 이 작품에서 다양한 주법, 톤, 이펙터 등 기타 장인의 면모를 뽐내고 있으며, 앨범의 방향성이나 곡의 창작 과정 등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 같다. "Dosed"에서도 루프스테이션을 한껏 활용한 연주가 돋보인다.


Red Hot Chili Peppers - The Zephyr Song (M/V)

이 앨범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또 하나의 곡이 3번째 싱글 "The Zephyr Song"이다. 캐치한 기타 인트로 멜로디, 나른한 앤써니의 보컬, 두터운 비틀즈식 화음을 들려주는 존의 코러스, 앨범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는 키보드, 화려한 임프로 대신 정제된 멜로디를 들려주는 기타 솔로까지. 후렴에서 키를 올리고 심지어 메이저한 멜로디를 부르는 변화는 레닷의 곡에서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재미다.



Red Hot Chili Peppers - Can't Stop (M/V)
(가사만큼이나 랜덤한 뮤비..)

그리고 "Can't Stop"이 있다. 캔ㅌ스탑! 몇시간이라도 이야기할 수 있는 곡이다. 이들을 대표하는 기타+베이스 리프로 손에 꼽히는 verse 리프는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사실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받은 인상은 보컬 멜로디가 특이하다는 것이었는데, 이 곡이나 "Under The Bridge", "By The Way"를 들으면 후렴 멜로디가 뭔가 마무리가 되지 않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묘하게 아련한 느낌이 있다. 이 세 곡으로 처음 레닷을 접했던 나로선 아직도 이런 멜로디가 레닷의 시그니쳐 중 하나로 각인돼 있다.



Red Hot Chili Peppers - Live Earth (2007)

Can't Stop은 <By The Way> 투어 막바지부터 콘서트 오프너로 활용되기 시작했는데, 2007년도에 이르러서는 5분여에 이르는 긴 인트로 잼에 이은 캔스탑 오프닝이 클리셰가 되었다. 화려한 기타 솔로에 이어 캔스탑 멜로디가 흘러나올 때의 전율은 잊을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는 기타와 베이스의 그루브도 원곡에서보다는 2007년도쯤에 완성이 된 것 같다. 존과 플리의 verse 리프 연주가 미묘하게 더 쫄깃한 걸 느낄 수 있다.


<By The Way>에는 이밖에도 굉장한 이펙팅으로 코러스의 빨려들어가는 느낌과 브릿지 이후의 오토튠 아르페지오 느낌을 만들어내는 <Throw Away Your Television>, 역시 존의 기타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는 <Don't Forget Me>, 비틀즈를 표방하는 느낌의 발라드 <I Could Die For You> 등이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사람들한테 별로 주목받지는 않지만 언제 들어도 좋은 곡으로 <Minor Thing>이 있다.



Red Hot Chili Peppers - Minor Thing

첫 후렴이 끝나고 찰나의 날아가는 듯한 기타소리, 쌉쌀한 솔로, 마지막의 멜랑꼴리한 변화와 기타 멜로디가 기분좋다. 그리고 가사에서 "~~ C to D, you say to me ~~" 같은 라임이 은근히 찰떡같은 느낌이 있다 (라임밖에 모르는 앤써니).


이 앨범의 제작 과정에서 플리는 자신의 역할이 매우 축소되는 걸 느꼈고 탈퇴까지 심각하게 고려했다고 한다. 이걸 funky한 노래를 더 만들지 않아서 싫었던 걸로 받아들였는지 존이 'Can't Stop 내가 만들었다고!' 라며 반박하는 인터뷰도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레닷은 후속작으로 플리와 존뿐 아니라 채드와 앤써니까지 자신의 장점과 능력을 완전히 분출한 <Stadium Arcadium>을 발매하며 커리어의 정점을 맞는다 (그리고 존은 하얗게 불태우고 탈퇴).



Red Hot Chili Peppers - Minor Thing (가사)


I change the key from C to D 
You say to me it's just a minor thing, y'all
He knows everything 
To readjust you've got to trust 
That all the fuss is just a minor thing, y'all
He knows everything 

It's just a minor thing
And I'm a minor king
He knows everything (ooh, ooh)

You've got your bit part, Mozart 
Hot dart acceleration 
Pop art, pistol chasin' 
Cat fight intimidation (oh, oh, oh, oh)

To read a mind you've got to 
Redefine the line to make your circle sing, y'all
He knows everything 
You make a sound, the spell is bound 
To come around, It's just a minor thing, y'all
He knows everything 

It's just a minor thing
And I'm a minor king
He knows everything (ooh, ooh)

You've got your bit part, Mozart 
Hot dart acceleration 
Pop art, pistol chasin' 
Cat fight intimidation (oh, oh, oh, oh)

All out interfacing 
Black star motivation 
Vampire sugar junkie 
Data basin' infilt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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