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 - 거울, 세레나데


잊을만 하면 한번씩 꼭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 그 중에서도 비온이라는 팀의 곡들은 참 묘하다. 우선 어떻게 알게 된 곡들인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웬만한 스트리밍 사이트에는 없거나 '없어졌다'. 특히 벅스의 플레이리스트에 등록된 흔적은 있는데 아티스트의 페이지 자체가 없어져서 앨범 커버나 발매일조차 확인할 수 없게 되었다.

멜론에서 가까스로 2006년 발매된 싱글 수록곡이라는 것만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강렬한 여성 보컬이나 funky한 곡 스타일이 럼블피쉬나 시베리안허스키 같은 당대의 밴드들과 흡사하기도 하다.

비온의 알려진 곡은 유투브에 올라와 있는, 그리고 내가 들어본 기억이 있는 "거울"과 "세레나데" 두 곡 뿐이다. 그러나 나에게 이 두 곡은 당시 즐겨 듣던 한국형(?) 애시드팝의 전형으로 각인되어 있다. 댄서블한 리듬과 그루비한 베이스, 잽잽이 기타, 코드를 연주하는 일렉 키보드. "거울"은 신나는 리듬과 싸늘하고 알싸한 기분이 드는 분위기의 대비를, "세레나데"는 화려한 브라스와 세련된 코드진행, 듣기 편한 멜로디를 통해 애시드팝의 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나 두 곡의 기타 솔로는 옥타브 주법을 사용하는데 주법이나 멜로디 모두 너무나 애시드팝같다.


비온 - 거울


비온 - 세레나데

곡이나 밴드의 기원도 개인적인 경험도 아득히 묻히고 말았지만, 이 노래들을 재생할 때마다 무더운 여름의 길었던 캠퍼스 거리가 생각나곤 한다. 아마 그 거리를 포함해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수백 번은 들었을 것이다. 들을 때마다 (지금은 다소 무뎌진) 감정의 북받침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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