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츠오카 조지 - 심야식당2


촌스럽고 뻔한 좌우명 따위를 세우느니 인생의 모토 없이 살자는 식으로 지내고 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의 삶의 교훈을 굳이 찾자면 중국식으로 새옹지마, 유대식으로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 서양식으론 케세라세라를 꼽겠다. 정확히 이 말들이 의미하는 바는 아니긴 하지만, 세상엔 (나를 포함하여) 온갖 희한한 인간 군상들이 있고 별별 일들이 다 벌어진다는 사실을 덤덤하게 받아들이자 정도의 뜻이 되겠다.

심야식당2는 심야에만 영업하는 도쿄의 한 자그마한 식당에서, 소박하지만 맛깔난 음식들과 오래 가게를 지켜온 마스터를 매개로 하여 식당을 오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덤덤하게 보여준다. 세 조각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어딘지 미숙하거나 흠결이 있지만 밉지 않은 사람들이다. 각자의 사연들은 마냥 해피엔딩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희망을 갖게 하는 방향으로 마무리된다. 이야기들 속에 아이러니와 웃음과 눈물과 아픔과 상처와 위로와 치유가 있다. 

기억상으론 전편에 비해 요리의 조리과정이나 식사장면의 비중이 줄어, 음식이 좀더 소재의 역할에 충실해진 것 같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 메밀국수와 볶음우동의 대비는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를 보여주고, 세 번째 이야기에서 할머니가 된장국 국물을 음미하는 장면에선 그 찰나의 화면과 소리만으로 순식간에 과거를 회한하는 할머니의 감정을 너무나 잘 드러내준다. 

음악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테마곡은 전편과 같은데, 다시 들어도 좋았다. 주로 화면 속의 소리를 사실적으로 잡아내느라 배경음악은 자주 등장하지 않지만, 가끔 나오는 곡들 하나하나가 영화의 분위기에 잘 스며들었다. <Scarborough Fair> 같은 느낌을 주는 기타코드가 있었는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마스터는 관찰자로 조금 더 자리매김한 느낌이다. 그래도 마스터 특유의 무게감있고 듬직하면서 인간적인 면모가 몇 마디 안 되는 대사와 표정으로 한껏 드러난다. 1편의 주인공이 자연스럽게 등장하면서, 각각의 스토리는 단편적일지라도 시리즈가 시간적으로 이어지는 느낌이 든 것도 좋았다. 영화의 엔딩에서 마스터는 1편의 마무리 대사를 반복하는데, 긴 여운이 남으면서 언제까지나 가게가 거기 있을 것 같은 (그래서 시리즈가 이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삶을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이런 것도 인생이지' 하고 보여주는, 애틋함과 여운을 남기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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