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윤경 - 나의 아름다운 정원


박정희 시대 말기와 신군부 초기, 사회와 가정의 부조리와 아픔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이야기. 인물들의 극단적인 캐릭터를 통해 갈등 관계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실제 인물이라면 미처 자각하지도 못할 어린 동구의 심리를 어른의 언어로 너무나 섬세하게 묘사한다. 그 시대의 풍경을 정말 아름답고 생생하게 그려내고, 찰나를 붙잡아 긴장감있게 풀어내는 서사가 작품에 빠져들게 한다. 
작가의 표현에 감탄하고 동구의 여린 마음과 박선생님의 천사같은 마음씨에 흠뻑 취해 읽어내려갈 때, 이야기는 급격하게 비극으로 흘러간다. 그리고 그 발단에는 신군부와 탱크가 있다. 시대에 희생당하고 낡은 전통에 눌리는 개인의 아픈 이야기를 박선생님과 동구 어머니를 통해 보여준다. 그렇지만 사실은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이 상처받고 아픈 존재들이다. 박선생님과 영주를 떠올리게 하는 곤줄박이와 정원을 마지막으로 떠나는 동구의 성숙한 모습이 너무나 슬프다. 스토리가 궁금해 빠르게 넘겨버린 책장을 다시 펼쳐볼 엄두가 나지 않게 할 정도로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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