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음악, 특히 한국의 인디 음악을 진지하게 들은 지 오래 되었다. 음악을 주의깊게 연주하거나 체득하는 노력을 한 기억도 이제는 꽤 오래 전이다. 이렇게 더 이상 음악의 폭이 넓어지지 않던 중에 들은 신해경의 앨범 [나의 가역반응]은 오랜만에 마음에 울림을 주는 것이었다.
신해경 - 모두 주세요 (M/V)
"... 우리 마음 속 익숙한 그리움을 끝없이 자극한다. 당장 도망치고 싶다가도 조금 더 붙잡아 두고 싶은, 영원히 잠겨 있고 싶지만 지금 떠나지 않으면 영원히 영혼을 좀먹고 말 감정의 찌꺼기가 내내 방울 져 맺힌다. 참으로 잔인한 친절이자, 아름다움이다."
특히나 내게 인상적인 건 악기들이 치고 빠지는 순간이 가사 및 보컬의 딕션과 잘 맞는다는 점이다. '너의 눈과 입과 몸과' 에서 순간적으로 모든 악기가 빠졌다가 2박 4박에 강하게 들어오는 부분을 비롯하여, 세세하게 말하자면 너무나 많다. 나는 평소에 가사를 자세하게 듣는 편은 아니지만, (특히 우리말 노래에서) 이렇게 가사가 사운드와 합치되는 느낌을 받으면 노래가 한층 더 와 닿는다.
신해경 - 화학평형
앨범은 분명히 곡 단위로 뿐 아니라 앨범 전체로 한 번에 들을 가치가 있다. 사랑의 끝자락에서 시작하는 앨범은 사랑의 기억이 흐려지면서 끝맺는다. 지난하고 쓸쓸한 과정의 기승전결을 다양한 사운드와 가사로 담아내고 있다. 이상의 시 '이상한 가역반응'에서 따온 앨범 타이틀은 마지막 곡의 제목 '화학평형'과 어울리면서, 앨범을 관통하는 복잡다단한 감정을 한 마디로 표현해낸다. 또 각각의 노래는 끊어지지 않고 조화롭게 연결된다. 특히 2, 3번 트랙 '몰락'과 '모두 주세요, 5, 6번 트랙 '다나에'와 '화학평형'를 잇는 구간은 짧은 순간이지만 몰입할 수밖에 없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몇몇 기타 솔로는 앨범의 분위기에 완전히 녹아들지 못하는 것 같다. 두번째 곡 '몰락'과 타이틀곡 '모두 주세요'의 후반후 기타 솔로가 그러한데, 노래의 감정과 따로 놀아서 겉도는 느낌이다. 그러나 그런 부분은 아주 일부이고, 나머지 솔로나 기타 멜로디는 흠잡을 데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마지막 곡 '화학평형'에서 딜레이를 잔뜩 건 채 '기억 속에 흐려지네~' 뒤에 흘러나오는 멜로디는 톤이나 이펙트나 멜로디나 정말 대단하다.
세련된 사운드와 그리움을 자극하는 가사와 쌉쌀한 코드와 묘하게 어울린다. 감정을 후벼파지는 않기에 계속 꺼내보고 싶게 만드는 이 앨범은 음악적으로나 감성적으로나 많은 자극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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