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istmas Church


한달 밀린 글쓰기.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엔 교회에 갔다. 난 종교인은 아니지만 가장 홀리한 날에 진짜 미국 교회에 한번쯤 가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결론적으로 매우 좋았다. 제일 놀랐던 게 역시 음악이었는데, 크리스찬 음악엔 진짜 뭔가가 있다. 오르간 단 한 대의 반주에 의지하는 건데도 곡마다 장엄한 느낌이 있었다고 해야되나.. 몇천년 전 온갖 박해와 멸시를 견디며 이 노래를 불렀을 장면이 상상되는 그런 뽕이 있다 (종교 편드는거 아님). 신과함께같은 신파나 명량같은 국뽕과 비슷한, 거부할 수 없는 원초적인 느낌.


George Winston - The Holly And The Ivy

성가대가 부른 곡 중에 "The Holly And The Ivy"는  많이 불리는 캐롤은 아닌 모양인지, 목사님?이 따로 언급할 정도였다. 그러나 나한텐 어렸을때 차안에서 하도 들은 George Winston 덕분에 매우 익숙한 노래였는데, 이게 캐롤인건 처음 알았다. <December> 앨범엔 나도 몰랐던 찬송가가 꽤 많다 (Carol Of The Bells 등)....라고 생각했는데 방금 찾아보니 이 앨범 자체가 크리스마스 앨범이었던 것이다.


King's College Cambridge 2010 - O Come, All Ye Faithful

그리고 가장 인상깊었던 노래는 바로 이 곡. 음악덕후의 오감을 자극하는 곡이다. 벌스-코러스 형식의 짧은 절이 서너번 반복되는 형식인데, 반복될 때마다 화성이 변화하면서 감정이 고조된다. 예를들어 코러스를 딱 들어갈 때 코드가 처음에 솔시레였으면 마지막에는 시레파가 되는 식이다. 멜로디 면에서도, 코러스에 들어가기 직전에 잠깐 전조가 일어나는 듯한 느낌이 특이하다. 이 라이브에서는 중간에 콰이어가 다양한 화음을 섞기도 하면서 빌드업이 더 화려하다. 

한시간 세레모니에 참가하면서 느낀 건 유명한 종교는 이유가 있다는 것. 안에 들어서기만 해도 압도되는 고딕 성당, 비신도도 그닥 지루하지 않게 짜여진 예배 (자꾸 일어나서 따라부르게 시키니까 그런거긴 하지만), 베들레헴과는 연고도 없는 이역만리의 민족 인종을 초월한 다양한 사람들에게 먹힐 만큼 유니버설한 스토리 (성경 자체가 그러한 확장 과정을 잘 보여준다는 책을 읽은 적 있다), 그리고 뽕이 차오르는 음악 (매우 중요)!! 최소 몇천년에 걸쳐 수많은 사람들을 같은 믿음 아래 정해진 장소에 찾아와 비슷하게 또 다르게 찬양하게 만드는 것, 정말 무섭고도 대단한 일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