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의 앨범을 통해 한 장르에서 입지를 완전히 구축한 밴드가 자신의 사운드를 갈아엎는 일을 몇 팀이나 할 수 있을까? 그것도 그걸 매우 잘 해낸다면?
전형적인 락 기타 사운드를 예상했던 파라모어에게서 이런 80년대 디스코의 2020년대 버전을 들을 줄은 몰랐다. 제대로 기억하는 노래가 "Ain't It Fun"이랑 "The Only Exception"밖에 없으니 함부로 말할 순 없겠다. 하지만 적어도 이 앨범이 밴드의 전환점이자 파격적인 실험이란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앨범이 나온 지는 꽤 되었지만 팬이 아니었으므로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NPR 라이브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Paramore (NPR Tiny Desk Concert 2017)
정말 쩔지 않는가? 심지어 드럼 대신 드럼머신을 연주한다. 10년동안 드럼을 세상 후드려패던 락 드러머 중 저렇게 알록달록한 드럼머신을 기꺼이 연주할 분이 몇이나 있을까? 첫 곡 "Hard Times"는 처음 듣는 순간 약간 전율이 일 정도였는데 (음악 들으면서 그런 느낌 오랜만이었다), 너무나 예상 밖의 음악이었던 탓도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댄서블한 리듬에 감상적인 멜로디는 언제나 취향저격이다. 초반의 신스와 후반 기타 멜로디도 빼놓을 수 없다. 신스 멜로디는 "Ain't It Fun"이 얼핏 떠오르는데, 그 노래가 락의 기반을 유지한 채 재기발랄함을 더했다면 "Hard Times"는 온전히 디스코풍의 사운드를 표현해 냈다.
이 기조가 앨범 내내 유지된다. 분위기를 전환하는 곡은 완전한 발라드인 "26" 정도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첫 다섯 트랙 내내 80년대 분위기의 디스코-훵키-팝락 넘버가 이어지는데, 멜로디부터 전체적인 사운드를 너무나 잘 뽑았다. 그 중 "Told You So"의 기타 멜로디는 킬러다. 이런 사운드 변화를 누가 어떻게 이루어 냈는지 정말 궁금해진다 (물론 밴드 전체의 역량이 가장 중요했겠지만).
Paramore - Told You So (The Late Late Show Live 2017)
누가 봐도 80년대 감성을 자극하는 복장 아닌가?
이랬던 분들인데..
"Rose-Colored Boy", "Fake Happy", "Caught In The Middle", "Pool" 등 달콤하고 귀가 즐거운 곡들이 많다. 신나는 와중에 여러 소리 장치들이 신선하다. 앨범 제목과 몇몇 곡 제목에서 드러나듯 신나는 곡조와 상반되는 가사는 약간의 반전미도 제공한다. 예전 앨범들도 멜로디에 기반을 둔 팝락 또는 이모코어 사운드였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훨씬 팝적인 방향으로 변화했기 때문인지, 골수 팬들 사이에선 저항도 꽤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를 덮고도 남을, 완전히 새로운 팬층을 빨아들일 만한 흡인력이 있는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Paramore - Passionfruit (Drake Cover, Live)
변화한 이번 앨범의 사운드를 잘 대변해주는 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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