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m306 - 겹


노트북이 내 조잡한 코드를 돌리면서 버거워하는 동안 오랜만에 글 하나. Room306이라는 팀의 <겹> 앨범은 매우 실험적이지만 균형잡힌 좋은 음악이다. 미래의 노스탤지어를 담은 일렉트로닉 사운드라는 수식어가 (약간 오글거리긴 하지만) 꽤 그럴싸하다.

Room306 - 인사

몽환적인 다운템포 트립합, 묘한 그루브와 재즈가 나른한 보컬과 감성적인 멜로디하고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주요 멜로디 자체는 귀에 쉽게 들어오지만, 곡마다 예상치 못하게 분위기를 뒤흔드는 구간이 나온다거나 배경이 되는 소리가 특이하다거나, 아무튼 쉽게 넘길 수 없는 다채로움이 있다.

Room306 - 더

"인사" - "잘 기억나지 않는 어느 날"- "더" 로 이어지는 1-3번 트랙에서 이런 특징이 잘 나타난다.  "인사"는 사실 평범한 어쿠스틱 노래가 되어도 잘 어울릴 곡인데, 곡이 시작한 지 30초만에 갑자기 미니멀한 허밍 파트가 나오면서 그루비하고 재지한 곡으로 바뀐다. "잘 기억나지 않는 어느 날"에서는 매우 느린 그루브에 이어 기억나지 않는 혼돈을 연상시키는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등장한다. "더"는 앞선 두 곡에 비해 진취적이고 팝적인 분위기 속에 독특한 그루브를 유지하고, 몽환적인 신디 소리로 마무리한다.

Room306 - 간격, 더 (Live 저화질주의)

Yaeji같은 좀더 본격적인 일렉트로닉 음악을 연상시키는 "간격", 앨범 후반부의 진중한 분위기를 암시하는 "호랑이Crawl", 못Mot이 떠오르기도 하는 분위기의 대곡 "침묵" 등의 곡들도 좋다.


곡 하나하나에 들어간 요소들이 새롭고 재미있고 어렵다. 재능넘치는 분들이 아주 공들여 구상하고 작업한 결과물이라는 게 느껴진다. 새로운 사운드와 어려운 화성학과 직관적이고 감성적인 선율의 조합, 담백하게 어떤 장면과 감정을 떠올리게 하는 가사까지. 쿨하고 멋진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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