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노래는 인트로가 다 해먹었다. 그런지/하드롹/얼터너티브/펑크 뭐 등등 사이 어딘가의 음악을 하는 푸 파이터즈의 이 곡은 뭔가 좀더 특별하다. 잡음처럼 들리는 첫 소절의 코드부터 심상치 않은데, 웬만한 팝송의 기타 코드는 다 딸 수 있다고 자부하는 나지만 이건 결국 못 따고 찾아봤다.
E|-5--|
B|-0--|
G|-5--|
D|-0--|
A|(0)5|
E|-x--|
라시도레 음을 한꺼번에 내는 이 코드는 이름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렇게 잡고 치면 된다고 한다. 이게 진짜 맛깔나는데, 아무래도 이펙트가 잔뜩 들어간 일렉 사운드라 더 노이지하게 들리고 매력적인 것 같다. 어쿠스틱 라이브에서는 평범하게 D 코드를 연주하는데 그러면 순식간에 너무 평범한 노래가 돼 버린다.
Foo Fighters - Times Like These
일견 평범한 락 노래같은 이 곡에는 소소한 음악적 장치들이 들어 있다. 인트로의 매력적인 기타 멜로디 파트는 7박자다. 멜로디를 잘 들어보면 한 옥타브 아래를 연주하는 특정 '레' 음이 섞여 있다. 후렴의 한 소절은 4마디가 아닌 3마디로 구성된다. 등등
게다가 이 노래는 D 믹소리디안 스케일을 쓴다 (후렴은 G라고 봐도 될 것 같다)! 어쩐지 벌스의 소절이 딱 끝나는 느낌이 들지 않고 그 뒤를 기대하게 만드는 건 이 스케일 때문인 것 같다. Coldplay의 Speed Of Sound나 Beatles의 Norwegian Wood도 믹소리디안을 사용하는데, 잘 쓰면 정말 매력적인 스케일이다. 이 곡 "Times Like These"를 처음 알았을 땐 이런 사실들을 다 인지하면서 들었던 건 물론 아니었다. 노래 특유의 멜로디와 에너지가 좋았을 뿐이다.
잘 들어보면 비슷한 장르의 다른 음악들과 비교해 소리가 굉장히 텁텁하고 두껍고, 거의 깜박이듯이 툭툭 끊기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Grunge 음악 특유의 노이즈같은 느낌이기도 하지만 이 곡이 수록된 <One By One> 앨범에서는 유독 그게 심하다. 그게 매력이지만 앨범을 4번트랙인 이 곡 정도까지 듣고 나면 좀 지치기도 한다.
<One By One> 앨범은 푸파이터즈를 알게 해 준 곡들 중 하나 "All My Life"가 수록된 앨범이기도 하고 한때 정말 많이 들었기도 해서, 언젠가 리뷰할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매우 오랜만에 들었더니 그 때의 '익숙한 듯 생소한 멜로디를 접하는' 느낌이 조금은 다시 드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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